크리스마스 캐럴과 스크루지
우리에게는 '크리스마스 캐럴'이라는 소설 제목보다 스크루지라는 주인공 이름만 기억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악명 높은 구두쇠의 대명사로 스크루지가 많이 언급되죠. 한국에서는 놀부도 있겠네요.
찰스 디킨스의 고전, 『크리스마스 캐럴(A Christmas Carol)』은 단순히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 이상의 깊은 철학적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구두쇠 스크루지, 과거와 미래를 마주하다
1843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차가운 심장을 가진 고리대금업자 에비니저 스크루지의 하룻밤 사이의 변화를 다룹니다.
소설의 줄거리를 크게 4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1. 죽은 동업자 말리의 경고: "삶의 무게를 보라"
7년 전 죽은 동업자 제이콥 말리가 쇠사슬을 몸에 감고 나타납니다. 그 사슬은 그가 생전에 탐욕스럽게 모았던 금고, 열쇠, 장부들로 만들어진 것이었죠. 말리는 스크루지에게
인간의 영혼은 살아서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녀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죽어서라도 그 죄를 짊어지고 다녀야 한다
는 무서운 진실을 전하며, 세 유령의 방문을 예고합니다.
2. 과거의 유령: "상처받은 소년이 괴물이 되기까지"
유령은 스크루지를 어린 시절의 학교로 데려갑니다. 방학인데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텅 빈 교실에 홀로 앉아 책을 읽던 외로운 소년 스크루지가 거기 있었습니다.
변질의 순간: 한때는 열정적인 견습생이었고 사랑하는 여인 '벨'도 있었지만, 스크루지는 점차 돈에 집착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벨은 "당신이 사랑하는 것은 이제 내가 아니라 황금뿐"이라며 그를 떠납니다.
깨달음: 자신의 과거를 지켜보던 스크루지는 오늘 낮, 캐럴을 부르러 온 소년에게 매몰차게 굴었던 것을 처음으로 후회합니다.
3. 현재의 유령: "문밖에 실재하는 기쁨과 고통"
유령은 스크루지를 데리고 런던의 거리를 지나며, 가난 속에서도 행복을 찾는 사람들을 보여줍니다.
밥 크래칫의 집: 스크루지의 밑에서 혹사당하는 서기 밥의 가족은 아주 작은 거위 요리 하나에도 감사하며 축배를 듭니다. 특히 다리가 불편한 막내아들 '꼬마 팀'의 맑은 영혼을 보며 스크루지는 묘한 감동과 슬픔을 느낍니다.
유령의 경고: 유령은 자신의 겉옷 속에 숨겨진 두 아이,
'무지'와 '결핍'을 보여줍니다.
이들은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이며, 특히 아이들의 이마에 적힌 '멸망'을 경계하라고 엄중히 경고합니다.
4. 미래의 유령: "아무도 울지 않는 죽음"
가장 공포스러운 침묵의 유령은 스크루지에게 한 남자의 죽음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이 죽은 남자의 옷가지를 훔쳐 팔고, 채무자들은 그의 죽음에 오히려 안도합니다. 그 남자의 무덤은 잡초만 무성한 채 버려져 있었죠.
비석에 새겨진 이름은 바로 '에비니저 스크루지'. 같은 시각, 꼬마 팀 또한 가난과 병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음을 알게 됩니다. 스크루지는 절규하며 유령의 손을 붙잡고 약속합니다. "과거, 현재, 미래의 유령이 내 안에서 살게 하겠노라고!"
소설이 우리에게 던지는 3가지 철학적 질문
이 작품은 단순히 '착하게 살자'는 교훈을 넘어, 현대인들에게도 유효한 묵직한 질문들을 던집니다.
1. 인간은 변할 수 있는 존재인가? (자기 초월의 가능성)
스크루지는 수십 년간 굳어진 인격체입니다. 디킨스는 인간이 과거의 상처와 탐욕에 갇혀 있더라도, 자신의 비참함을 직시하는 순간 언제든 새로운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줍니다. 이는 결정론적 세계관에 대항하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강조합니다.
2. '성공한 삶'의 기준은 무엇인가? (사회적 책임과 연대)
스크루지는 경제적으로는 매우 성공한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소설은 묻습니다.
"타인과 연결되지 않은 부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말리의 유령이 내뱉은 대사는 이 질문의 핵심을 관통합니다.
"인류가 나의 사업이었네! 자선, 자비, 인내, 관용이 모두 나의 사업이었단 말이네!"
3. 우리는 미래를 바꿀 수 있는가?
미래의 유령이 보여준 환영은 확정된 운명일까요, 아니면 경고일까요? 스크루지는 "내가 바뀐다면 이 운명의 필름도 바뀔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이는 현재의 행동이 미래의 인과관계를 재편할 수 있다는 실존주의적 태도를 시사합니다.
마무리하며
『크리스마스 캐럴』은 차가운 산업화 시대 속에서 '인간성 회복'을 외친 선언문과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고 유튜브에서 투자, 재테크 관련 영상만 보고 있는 저의 모습을 반성하게 만드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과연 저는 스크루지와 어떤 점이 다를까요?

단순히 연말 분위기를 내는 소설이 아니라, 지금 나의 '사슬'은 무엇인지, 내가 외면하고 있는 '현재의 유령'은 누구인지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이죠. 스크루지의 여정을 따라가며 여러분의 마음속 온도도 1도쯤 높여보는 건 어떨까요?
참고로 유튜브에 있는 이 영상을 보시면 재미있을 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P_G5b2u6wU
2021.07.09 - [생활 리뷰/생각] - 오즈의 마법사 줄거리 간단하게 요약
오즈의 마법사 줄거리 간단하게 요약
책을 읽다가 보면 자주 인용되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오즈의 마법사'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 책을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시골에서 살면서
sdjoon.tistory.com
'책 리뷰 > 인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팀쿡 Tim Cook 책리뷰 (0) | 2024.01.25 |
|---|---|
| 알아차림에 대한 알아차림 책리뷰 (2) | 2024.01.16 |
| 이 진리가 당신에게 가 닿기를 책리뷰 (26) | 2024.01.13 |
| 지금 이대로 좋다 법륜스님 책리뷰 (0) | 2023.12.27 |
| 인생에 지름길이 없다 책리뷰 (1) | 2023.12.25 |
| 지금 여기 깨어있기 법륜 책리뷰 (1) | 2023.12.12 |
| 기도 내려놓기 법륜 책리뷰 (0) | 2023.12.09 |
| 붓다의 명상법 책리뷰 (3) | 2023.12.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