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는 사실 알쓸신잡에 출연하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저는 평소에 소설 책을 잘 읽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다 알쓸신잡 프로를 보게 되었고, 말을 너무나 멋지게 유쾌하게 잘 하고, 아는 것도 많은 철학자 느낌의 작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후에 김영하 작가의 책을 몇 권 읽어보았습니다.
김영하의 신간(오래 준비해온 대답)이 나왔길래 검색을 해보니 예전에 출판된 책을 재출간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이 책을 읽은 것은 2020년 5월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리만 해 놓고 리뷰는 23년 11월말이 되어서야 올리고 있습니다. 인간의 게으름이란...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책은
김영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월 12일 초판 1쇄인 책
으로 2020년에 '오래 준비해 온 대답'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었습니다.
집 근처 도서관에 검색을 해보니 있어서 빌려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여행기인데 낯선 곳의 여행이기도 하고, 여행 과정 중에 김영하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관찰력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의 제목과 첫 시작 부분, 마무리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34p
내가 가진 그 수많은, 그러나 한 번 들춰보지도 않은 DVD들, 듣지 않은 CD들, 먼지 쌓인 책들. 도대체 왜 그렇게 많은 것들을 소유하려 애썼던 것일까? 그냥 영화는 개봉할 때 보고, 혹시라도 그때 못 보면 나중에 빌려 볼 수 있었을 텐데, 책도 도서관에 가서 읽을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모든 것이 막힘없이 흘러갔다면 내 삶은 좀 더 가벼워질 수 있었을 텐데, 더 많은 것이 샘솟았을지도 모르는데, 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인생을 흘러가는 삶, 스트리밍 라이프 라고 부를 수는 없을까?
-291p
편안한 집과 익숙한 일상에서 나는 삶과 정면으로 맞장 뜨는 야성을 잃어버렸다. 의외성을 즐기고 예기치 않은 상황에 처한 자신을 내려다 보며 내가 어떤 인간이었는지를 즉각적으로 감지하는 감각도 잃어버렸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나날들에서 평화를 느끼며 자신과 세계에 집중하는 법도 망각했다. 나는 모든 것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 어느 것에 대해서도 골똘히 생각할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비슷한 옷을 입고 듣던 음악을 들으며 살았기 때문에 나는 내가 어느새 내가 그토록 한심해하던 중년의 사내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아니, 애써 외면해왔을지도 모른다. 정말 젊은 사람들은 젊은이의 옷을 입는 사람이 아니라 젊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젊게 생각한다는 것은 늙은이들과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늙은이들은 걱정이 많고 신중하여 어디로든 잘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육신과 정신을 이제는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 반면 젊은이들은 자신의 취향도 내세우지 않으며 낯선 곳에서 받는 새로운 감흥을 거리낌 없이, 아무 거부감 없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사람들이다.
늙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세상과 인생에 대해 더 이상 호기심을 느끼지 않게 되는 과정이다. 호기심은 한편 피곤한 감정이다. 우리를 어딘가로 움직이게 하고 무엇이든 질문하게 하고 이미 알려진 것들을 의심하게 만드니까.
기록을 보니 2020년 5월 23일 토요일 오전11시 50분쯤에 다 읽었다고 나옵니다. 그런데 읽은 기억이 거의 없네요. 시칠리아 여행기 였다는 기억만 납니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책도 읽어 보았던 것 같습니다. '오직 두 사람'도 읽어 본 것 같네요.
내가 가진 그 수많은,
그러나 한 번 들춰보지도 않은 DVD들,
듣지 않은 CD들,
먼지 쌓인 책들.
너무나 공감되고, 뜨끔한 느낌입니다.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서 꼭 읽어봐야지 하면서 샀던
깨끗하게 책장을 채우고 있는 수많은 책들과
꼭 해봐야지 하면서 샀던
플레이스테이션5 명작 게임들과
최근에는 종이책을 사지 않고
환경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E-ink 전자책 epub을 사서 모셔두고 있는
저의 모습을 생각해 봅니다.
요즘은 또 구독권도 문제죠.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 구독권 사놓고 게임 하나도 제대로 마무리 한 게 없네요.
시킹 알파(seeking alpha)라고 주식 투자 정보를 제공해주는 영어 사이트도 싸게 할인할 때 1년 구독 끊었는데 몇 번 로그인도 안 했습니다.
내 삶에도 비움과 정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새로운 도전도 필요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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