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김영하 책리뷰
김영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출판사 / 2009년 1월 21일
김영하의 신간(오래 준비해온 대답)이 나왔길래 검색을 해보니 예전에 출판된 책을 재출간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래 준비해온 대답'은 2009년 1월 12일 출간한 책을 재출간 한 책입니다. 그래서 도서관에 검색을 해보니 있어서 빌려 읽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쯤에 읽었는데 3년이 지난 2023년에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게 되네요.
인간은 정말 게으른 것 같습니다. '해야지' 라는 생각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하는데, 정작 실천은 미루고 미루고 미루네요.
이 책은 김영하 작가의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여행기인데 낯선 곳의 여행이기도 하고, 여행 과정 중에 김영하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관찰력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의 제목과 첫 시작 부분, 마무리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간략하게 이 책을 읽으며 기록해 둔 내용을 올려보겠습니다. 사실 기록해 둔 부분이 얼마 없습니다. 그래도 인상적인 구절이었기에 공유하고자 합니다.
-34p
내가 가진 그 수많은, 그러나 한 번 들춰보지도 않은 DVD들, 듣지 않은 CD들, 먼지 쌓인 책들. 도대체 왜 그렇게 많은 것들을 소유하려 애썼던 것일까?
그냥 영화는 개봉할 때 보고, 혹시라도 그때 못 보면 나중에 빌려 볼 수 있었을 텐데, 책도 도서관에 가서 읽을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모든 것이 막힘없이 흘러갔다면 내 삶은 좀 더 가벼워질 수 있었을 텐데, 더 많은 것이 샘솟았을지도 모르는데, 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인생을 흘러가는 삶, 스트리밍 라이프 라고 부를 수는 없을까?
-291p
편안한 집과 익숙한 일상에서 나는 삶과 정면으로 맞장 뜨는 야성을 잃어버렸다.
의외성을 즐기고 예기치 않은 상황에 처한 자신을 내려다 보며 내가 어떤 인간이었는지를 즉각적으로 감지하는 감각도 잃어버렸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나날들에서 평화를 느끼며 자신과 세계에 집중하는 법도 망각했다.
나는 모든 것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 어느 것에 대해서도 골똘히 생각할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비슷한 옷을 입고 듣던 음악을 들으며 살았기 때문에 나는 내가 어느새 내가 그토록 한심해하던 중년의 사내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아니, 애써 외면해왔을지도 모른다.
정말 젊은 사람들은 젊은이의 옷을 입는 사람이 아니라 젊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젊게 생각한다는 것은 늙은이들과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늙은이들은 걱정이 많고 신중하여 어디로든 잘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육신과 정신을 이제는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
반면 젊은이들은 자신의 취향도 내세우지 않으며 낯선 곳에서 받는 새로운 감흥을 거리낌 없이, 아무 거부감 없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사람들이다.
늙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세상과 인생에 대해 더 이상 호기심을 느끼지 않게 되는 과정이다.
호기심은 한편 피곤한 감정이다. 우리를 어딘가로 움직이게 하고 무엇이든 질문하게 하고 이미 알려진 것들을 의심하게 만드니까.
제가 인상깊게 여긴 부분은 작가가 시칠리아를 여행하며 어떤 것을 보고 들었는지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작가가 낯선 곳을 여행하며, 자기 자신에 대해 더 깊게 들여다보며 생각한 내용들이 인상깊어 이렇게 기록을 남겼나 봅니다.
요즘의 제가 나이가 들어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에 일침을 가하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나이 40을 넘으니 세상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잃어버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어떤 것을 해도 새로움을 느끼는 흥분보다는, '뭐 별 거 없네. 재미없어. 지루해.'라는 생각을 자주 했던 것 같습니다. 그게 바로 늙음이겠죠?
젊은 사람이란 젊게 생각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작가가 표현한 '스트리밍 라이프'라는 것도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소유하기 보다는 존재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비워야 새로움이 찹니다. 소유한 것을 가볍게 해야 새로운 호기심과 흥미가 생기나 봅니다.
20년 5월 말쯤에 이 책을 다 읽었다고 제가 기록했는데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내 삶에도 비움과 정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새로운 도전도 필요한 것 같다.
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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