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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리뷰/투자일반

내 인생과 돈 관념

by sdjoon 2021.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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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관점에서 인생을 한 번 돌아본다.

먼저 깡촌에서 부모님이 농사와 어촌 일(밤에 바다에서 배타고 그물쳐서 고기 잡기, 굴 양식), 소 키우는 일까지 하는 걸 보고, 가끔 돕기도 하면서 든 생각은 나는 이런 일을 안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어릴 때는 마냥 놀고 싶었는데 밭에 농약 칠 때 농약 통을 젓는 일이라거나, 수박이나 옥수수 따기, 고구마 파서 옮기기, 모심기에서 모판 옮기기와 벼베기 한 포대 나르기, 굴 까기, 산에 나무 베어서 차로 옮기기 등등 내 친구들에 비하면 나는 일을 별로 안 한 편이지만 이런 힘든 일들이 너무 하기 싫었다. 부모님도 그런 일을 내가 안 하고 사셨으면 하고 바랬기에 내가 공부하는 것에 지원을 많이 해주셨다. 나의 고등학교 생활을 위해 근처 도시에 집을 사서 이중 살림을 하면서 출퇴근을 하시기도 했다.

이렇게 부모님이 고생하시는 걸 보며 자라면서 내 인생의 목표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되었다. 돈이 많으면 부모님이 그렇게 고생하시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돈이 싫었다. 돈 때문에 부모님이 그렇게 고생을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부모님이 바쁘시기도 했고, 공부와는 전혀 무관한 분들이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내가 알아서 공부했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공부했다. 다행히 결과는 무척 좋아서 성적은 매우 좋았다. 이후 수능을 쳤는데 너무 긴장을 한 나머지 망해버렸다. 지금에서야 생각하면 당연히 재수를 했어야 했는데 수능을 망치고 집에 오니 아버지가 엄마 몰래 친구 빚보증을 서줘서 돈을 1억 가까이 날렸다고 했다. 평소 부모님이 어떻게 돈을 버는 지를 봐왔던 나로서는 재수를 한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근처 국립대학에서 공무원이 되기 좋은 학과에 들어갔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바보같은 짓이었다. 돈을 많이 버는 목표와는 완전히 반대의 직업인데, 별 생각이 없었고 누구도 나의 결정에 조언을 해주지 않았다. 빚보증 1억도 지금 생각하면 큰 돈이기는 했지만 그렇게 일상이 흔들릴 정도의 돈은 아니었는데 가족 전체가 너무 흔들렸던 것 같다. 사람이 크게 생각하는 것이 참 중요하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그러다가 2008년에 갑자기 엄마가 폐질환으로 돌아가셨다. 59년생이어서 돌아가실 당시에 딱 50세였다. 젊었을 때부터 돈 벌려고 고생만 하시다가 갑자기 돌아가시는 걸 보니 정말 허망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의 인생 목표가 돈 많이 벌어서 엄마 기쁘게 해주기였는데 그 목표가 사라진 것이었다. 사실 엄청 많이 후회하고, 죄책감을 느꼈다. 그러다 보니 내 몸이 망가지는 걸 느꼈다. 갑자기 헤르페스 각막염이 온 것이었다. 밤에 자면서 엄마 꿈을 수년간 꾸었고, 울기도 정말 많이 울었다. 내 몸이 안 좋다 보니 이렇게 사는 걸 엄마도 원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즐겁게 열심히 사는 걸 엄마도 바라시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고, 지금은 많이 정신적으로 회복이 된 것 같다. 고통은 사실 내가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돈을 더 싫어하게 되었다. 돈 때문에 엄마가 돌아가셨고, 내가 돈을 벌어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별 생각없이 2010년대를 보냈다. 읍지역에 살면서 큰 욕심 없이 애들 키우면서 평범하게 살았다. 그런데 일상에서 부딪히는 대부분의 일들은 결국 돈과 관련되어 있었다. 어떤 집을 살 것인가, 어떤 차를 살 것인가, 어떤 전자기기를 살 것인가, 어떤 옷을 살 것인가? 노후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부모님에게 용돈을 어떻게 드릴 것인가? 여행은 어디에 얼마나 길게 갈 것인가,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배우게 할 것인가? 등등 거의 모든 선택들이 돈과 관련되어 있다는 걸 느꼈다. 물론 욕심을 줄여 돈을 적게 들이고도 웬만한 것을 할 수는 있지만 돈을 많이 들여서 좋은 것을 했을 때 오는 만족감도 무시할 수 없었다. 비싼 호텔에 가서 좋은 경치와 이불과 침대와 서비스를 받고 나면 비용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만족감도 높고 기분도 좋아졌다. 좋은 전자기기를 사면 당장에는 비싼 것 같지만 오래 편하게 쓰면서 나의 창의성과 만족도를 높여서 오히려 비용 이상의 결과를 얻는 것 같기도 했다. 싼 것을 선택했을 때 대부분은 만족도도 낮고, 시간이 지나면 빨리 망가져서 또 돈을 들이기 일쑤였던 적도 많다. 그런 걸 겪고 책을 많이 읽으면서 경제 관념과 지식이 정말 중요함을 깨달았다.

그렇게 돈에 대한 생각이 점점 바뀌어 가면서 2020년이 되었다. 그 전에 돈공부를 좀 해서 주식을 사야겠다 싶어 각종 저축성 보험을 손해를 감수하면서 해지하여 돈을 마련했는데 막상 가지고 있던 주식이 -30%를 넘어가버리니깐 겁이 덜컥 났다. 이러다가 주식이 -50%까지 내려가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와 유튜브에는 온통 부정적인 내용들로 도배되었다. 결국 지나고 보니 주식을 살 절호의 기회였으나 그 기회를 보지 못했다. 좋은 주식을 판별할 지식도, 과감히 살 용기도, 기다릴 인내도 내겐 없었다. 물론 뒤에 조금 사기는 해서 그동안의 마이너스 계좌는 청산했지만 뼈아픈 경험이었다. 물론 주식은 못 샀지만 이사 계획을 당겨 집을 사서 어느 정도 만회하기는 했다.

2020년의 경험을 토대로 경제와 돈에 대한 관념이 아주 많이 바뀌었다. 역시 경험만큼 좋은 공부는 없는 것 같다. 앞으로 그 경험과 생각을 계속 글로 쓰고 기록하고 실천해야겠다.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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