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상상력 오종우 책리뷰
오종우 지음 / 어크로스 / 2019년 12월 31일
보이는 것 너머를 보는 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 책은 제가 2020년 5월쯤에 집 근처 공공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입니다. 평소 예술에 관심이 있기는 했지만 우연히 신간 코너에서 보고 대출해서 읽었는데 생각보다 뇌리에 깊이 남았던 것 같습니다.
작가 오종우에 대한 설명을 보면 전공이 러시아 문학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문학, 철학, 예술을 넘나드는 전방위 인문학자.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러시아국립인문대학교 초빙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성균관대학교 러시아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시대를 가로질러 살아남은 작품에서 인간과 삶에 대한 통찰을 읽어내며, 새로운 시각과 생각을 열어주는 고전의 현재적 가치를 전한다. 그의 강의는 졸업생과 타 학교 학생들도 청강할 만큼 명강으로 정평 나 있다. 예술을 통해 보이는 것 너머를 보는 법과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낸 법을 강의한 ‘예술의 말과 생각’은 성균관대 티칭어워드(SKKU Teaching-Award)를 수상했으며, 2015년 『예술 수업』으로 출간되어 강의의 감동을 많은 독자들과 나눈 바 있다. 그 밖의 지은 책으로 『러시아 거장들, 삶을 말하다』, 『체호프의 코미디와 진실』, 『대지의 숨, 러시아의 숨표들』이 있고, 옮긴 책으로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체호프 단편선), 『벚꽃 동산』(체호프 희곡선), 『영화의 형식과 기호』, 『러시아 희곡』(전2권, 공역)이 있다.
지금부터는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기록해둔 부분을 올려보겠습니다.
-42p
초등교육에서 꼭 필요한 학습은 그래서 예술과 놀이다.
개성을 지닌 사람은 타인을 시기하지 않는다. 욕심이 아니라 관심을 따른다. 여러 개성들이 만나 세상을 이룬다. 그럴 때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도 건강해진다.
-53p
불안은 희망의 다른 이름
미지의 세상은 그 알 수 없음으로 인해 희망을 낳지만 그만큼 불안을 야기한다. 미래는 설렘과 불안을 묘하게 결합한다.
공포나 두려움은 알고 있는 특정한 대상을 향한 반응이다. 불안은 오히려 구체적인 대상이 없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공포나 두려움은 현재의 성격을 띤 반면, 불안은 미래와 연결된 상태다.
정체되어 익숙한 일에 계속 머무르고 있다면 어떠한 성장도 이룰 수 없고 가능성을 보일 수도 없다.
상상력과 창의성 역시 미래를 연다는 뜻의 단어다. 상상하고 창조하는 일이 예술의 근본이니, 예술 또한 미래와 밀접하다.
-126p
피터르 몬드리안, 빨강 파랑 노랑의 콤포지션2, 1930
-132p
파울 클레, 관조(contemplation), 1938
위키 아트: https://www.wikiart.org/en/paul-klee/contemplation-1938
-186p
리듬은 같은 일이 반복돼 나온다. 일상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아무리 이상한 곳에 살더라도 또는 상식적이지 않은 일을 하더라도 반복되는 생활이 그 이상한 곳, 비상식적인 일을 일상으로 만든다.
같은 일이 되풀이되면 망각을 낳는다.
사람들은 리듬을 타고 살기 때문에 타성에 젖기 쉽다. 어떤 사람은 자기 리듬이 아니라 유행을 따라 부표처럼 붕 떠서 살기도 한다. 음악을 들으면 무뎌진 감각이 살아나 리듬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 자기 흐름을 살펴볼 수 있고, 나아가 새로운 리듬을 만날 수 있다. 음악은 형태도 색깔도 냄새도 없지만 그렇게 감각을 연다.
꿈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새로운 일은 무슨 힘으로 해낼 수 있을까. 그것은 타성에서 벗어나야 이룰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변화는 어떻게 가능할까. 그것은 그동안 살아왔던 흐름과 다른 리듬을 타는 일이다. 새 리듬감을 획득하면 삶이 바뀐다.
-264p
안나 카레리나
행복은 만족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에서 나온다.
지금 우리는 거창한 시대를 살고 있다. 현실이 변하는 속력도 가속도가 붙어 점점 더 빨라졌다. 속도가 빠르니 사람들은 규모가 큰 것만 볼 수 있다. 들리는 이야기도 대단하고 뛰어나다는 말들이다.
이런 세상에서는 사람들이 자기 리듬에 따라 살기 힘들다. 많은 이들이 외부에서 울리는 북소리에 춤을 추듯 타자의 리듬으로 살고 있다. 그래서 통제권을 잃어 늘 분주하다고 느낀다. 외부의 흐름을 타고 살다 보니 자기 결정권을 뺏겨 고립감도 커졌다. 현대인은 마치 얼아가는 호수에 갇힌 미운 오리 새끼 같은 신세다.
-280p
안나 카레리나 속 레빈의 풀베기 체험 중
"풀을 한참 베다 보면 자기가 하는 일을 잊어버리는 순간이 찾아든다. 그러면 일이 쉬워졌다. 그때는 그의 두둑도 다른 농부의 두둑처럼 반반하고 훌륭하게 베어졌다. 그러나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의식하고 더 잘하려고 애쓰면 갑자기 풀베기가 힘들고 두둑도 엉망으로 깎였다."
뭔가를 잘 해야지 하면서 의식하면 일이 영 풀리지 않는다. 아무런 의식도 하지 않았는데 일이 술술 풀리는 경우가 있다. 힘을 빼야 한다는 말은 지나치게 의식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수영을 할 때 경직돼 있으면 가라앉는다.
꾸준한 수련은 진짜 예술가들의 미덕이다. 어떤 화가는 바라는 표현을 하기 위해 수백 번 선을 그었다고 한다. 연주자는 피아노의 건반을 제대로 치기 위해 수년 동안 하루 종일 앉아 연습한다. 몸으로 알기 전에 연주하지 않는다. 현대 예술이 괴팍하다고 마음대로 아무렇게나 그려 예술작품이라고 내놓는 사기꾼도 있다. 그러나 진짜 예술가의 작품에서는 선 하나하나에 다른 기운이 흐른다.
춤은 몸의 구석구석이 살아 있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지금은 그렇게까지 구체적으로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리뷰는 빨리 머리 속에 기억이 구체적으로 남아있을 때 올려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게으름으로 인해 매번 미루고 마는 습관이 있는데 고쳐야겠습니다. 구체적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책 내용이 매우 재미있으면서도 새로웠던 느낌이 납니다. 박웅현 작가의 '책은 도끼다'를 읽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뭔가를 잘 해야지 하면서 의식하면 일이 영 풀리지 않는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저의 고3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벌써 20년도 넘은 일이네요. 저는 공부를 꽤 잘 했습니다. 그런데 고3 때 거기서 더 잘 해보려고, 완벽하게 하려고 욕심을 부리고, 의식을 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제 나름대로 놀아도 가면서 즐겁게 공부를 했습니다. 열심히는 했는데 적절히 쉬어가면서 제 페이스대로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고3이 되니 더 욕심이 생기더군요. 욕심이 생겨서 더 잘 해보자는 마음에 게임도 줄이고 더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더 의식을 했던 거지요. 그런데 오히려 성적이 더 떨어졌습니다. 전보다 더 열심히 하는데 성적은 더 떨어지는 아이러니였지요. 열심히만 한다고 결과가 잘 나오는 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의식을 하고 욕심을 내니 더 불안해졌던 것 같습니다.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고 차분하게 공부하는 게 필요했는데, 반대로 갔던 것 같습니다. 결국 수능을 평소보다 훨씬 더 망쳤습니다. 친구들은 오히려 평소보다 성적이 많이 오른 경우가 많았는데, 저는 반대로 평소보다 수능 성적이 내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단순히 '열심히' 공부를 하기보다는 전략을 세우고, 효율적으로 하면서, 마인드 컨트롤도 연습하는 등 조금 더 체계적으로 접근했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학생 시절의 공부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일이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투자에 있어서도 조급하게 욕심만 내기보다는 전략, 효율,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나 마인드, 태도, 원칙이 인생을 사는데 있어 정말 중요하다라는 것을 나이 40이 넘어 깨닫고 있는 요즘입니다.
'예술적 상상력' 책을 읽으며 예전 생각을 떠올려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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